'죽음'이 내게 형벌을 내렸다…"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

입력 2023-12-31 17:22   수정 2024-01-01 00:40

취업준비생 ‘최이재’(서인국 분)의 그날 하루는 지옥이었다. 대기업 취직의 마지막 관문에서 미끄러졌고, 친구에게 거액의 투자 사기를 당했으며, 여자친구와는 이별했다. 흙수저 물고 태어났지만 희망 하나로 버텼는데. 이럴 바엔 차라리 죽음이 낫다고 생각한 최이재. 고층 빌딩에서 몸을 던진다.

“넌 날 하찮게 봤어.”

그가 눈을 뜬 곳은, 싸늘한 얼굴의 ‘죽음’(박소담 분) 앞이다. 죽음은 자신을 하찮은 것으로 모독한 최이재에게 벌을 내린다. 사망을 앞둔 열두 명의 인생을 차례로 겪는 벌. 숙명처럼 닥칠 죽음에서 탈출해야만 지옥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 최이재는 서서히 알게 된다. 언제 어떻게 죽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가를.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이재, 곧 죽습니다’는 첫 회부터 숨 가쁘다. 주인공은 죽음이 던져준 타인의 삶에 즉시 적응해야 한다. 어차피 죽어야 할 삶이라면 돈이든 성공이든 하나는 갖고 나와야 하고, 살 가치가 있는 삶이라면 버텨야 한다. 주인공이 새로운 삶으로 옮겨갈 때마다 그 육체와 상황이 바뀌기에, 이야기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만하다. 하지만 이 같은 불리함을 드라마는 장점으로 전환한다. 바로 다양한 장르의 색깔이다.

최이재가 처음 환생한 곳은 하늘 한가운데다. ‘태강그룹’의 후계자인 박진태(최시원 분)의 몸으로 옮겨가, 그의 전용기에 타고 있다. 최이재가 그렇게 취업하려고 했던 바로 그 기업의 주인이 된 셈이다. 기쁨도 잠시, 비행기는 불길에 휩싸여 추락하기 시작한다. 재난 영화에서 숱하게 본 장면이지만, 짧게나마 스릴을 주기에 충분하다. 삶이 바뀔 때마다 드라마는 스릴러와 누아르, 로맨스 등 장르적 색채를 달리한다. 교도소와 학교 등 익숙한 배경, 클리셰에 가까운 장면도 있지만 몰입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파트 1’(1~4부)에선 액션 시퀀스가 특히 눈에 띈다. 도심 거리의 총격전과 맨몸 싸움 장면 등이 볼거리다. 드라마 ‘고백부부’ ‘18 어게인’ 등을 연출한 하병훈 감독은 스케일이 큰 판타지, 액션 장르에 공을 들였다고 했다.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드라마의 종횡무진 상상력은 네이버 웹툰 ‘이제 곧 죽습니다’(이원식·꿀찬 원작)에서 온 것이다. 죽음이 거듭될수록, 날 방해한 ‘나쁜 놈’들은 늘어난다. 주인공은 피해자였다가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복병에 삶을 마감하기도 한다. 이처럼 초·중반의 에피소드는 다소 무질서하게 뻗어나가는 느낌이다. 4부 끝에서야 거대한 진실의 윤곽이 드러나고, 진짜 적대자가 가려지기 시작한다. 방황하던 최이재에게 큰 목표가 생기는 것도 이 지점이다.

1월 5일 공개되는 파트 2(5~8회)에서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 수습될지가 관건이다. 또 하나 지켜볼 것은 주인공의 변화다. 자기 인생을 하루아침에 집어던진 최이재는, 다른 이의 몸에 들어가서도 그럴 수 있을까. 삶을 거듭할수록 집착은 커지고, 생각지도 못한 타인으로 인해 죽음은 더 두려운 것이 된다. ‘죽음은 모든 인간에게 딱 한 번 주어지기 때문에 소중하다’는 극 중 대사는 곱씹을 만하다.

박소담이 연기하는 ‘죽음’ 캐릭터는 차갑고 위력적이다. 인간의 즐겁고 달콤한 순간마다 종말의 철퇴를 가하는 그다. 누아르나 액션 팬이 아니라면, 다소 폭력적이고 잔혹한 장면에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김유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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